비 갠 후의 황혼, 해운대를 걷다!_부산 인테리어 대표 이소룡(김성은)

 

비 갠 후의 황혼, 해운대를 걷다.

어제 오후, 달맞이 길에서 시작된 나의 발걸음은 예상보다 훨씬 긴 여행이 되었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스팔트 위로는 아직 물기가  촉하게 남아있었고,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상쾌했다. 마치 세상이 한 번 깨끗하게 씻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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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길에서 미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 발밑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점점 가까워졌다. 평소보다 더욱 선명해 보이는 바다색은 비가 씻어낸 대기 덕분이었을까. 숨을 깊이 들이마실 때마다 폐 속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가 달콤하기까지 했다.

해운대 엘시티 앞을 지나 조선비치로 향하는 동안, 서쪽 하늘이 조금씩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높이 떠있었지만, 구름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범상치 않았다. 오늘은 분명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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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치 앞 해안가에 서니, 바람이 더욱 시원해졌다. 비가 온 덕분일까, 평소보다 적은 사람들이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파도 소리가 유독 또렷하게 들렸고, 갈매기들의 울음소리가 그 위로 포개져 자연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동백 섬 해안 산책길에 들어서자, 본격적인 노을 구경이 시작되었다. 서쪽 하늘로 기울어가는 해가 바다 위에 황금빛 길을 그어놓았다. 구름들이 마치 화가의 붓질처럼 하늘을 채색하고 있었다. 주황, 분홍, 보라...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는 어떤 작품보다도 아름다웠다.

동백 섬을 한 바퀴 돌며 각기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노을의 모습은 매 순간이 새로웠다. 바위 위에 서서 바라본 풍경, 나무 그늘 아래에서 올려다본 하늘, 해안가에서 바라본 수평선... 같은 시간, 같은 노을이지만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감동을 주었다.

더베이 101 앞을 지나갈 때쯤, 해는 이미 수평선 가까이 내려앉아 있었다. 고층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실루엣과 자연의 노을이 어우러진 모습이 독특했다. 현대적인 건축물과 원시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며 부산만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해운대 해수욕장을 천천히 거닐며 2시간 30분의 산책을 마무리했다. 모래사장 위를 걸으며 뒤돌아본 하늘은 이미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서쪽 끝자락에는 노을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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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슴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만함이 있었다. 비가 씻어낸 깨끗한 공기, 바다 위에 펼쳐진 황혼의 서정,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린 여유로움까지. 때로는 계획 없이 시작된 산책이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는 것 같다.

내일 또 다른 노을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어제의 그 노을처럼 완벽할 수 있을까. 자연의 선물은 언제나 그 순간만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리라.

오늘도 해운대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순간들이 저마다의 특별함을 가지고 있기를.

 

 

 부산 인테리어 대표가 만든 해운대 노을 시

 

비가 씻어낸 달맞이길을 따라 미포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엘시티 그림자 사이로 서쪽 하늘이 물들어가고 조선비치 백사장 위에 황금빛 물결이 춤을 춘다.

동백섬 해안산책길 구불구불 이어진 길 위에서 노을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준다.

주황빛 태양이 바다 위에 긴 다리를 놓고 구름들은 분홍 베일을 두르며 하늘 무대에서 왈츠를 춘다. 

더베이 101 유리창에 노을이 반짝이고 도시와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 되어간다. 

해수욕장 모래 위를 걸으며 뒤돌아본 하늘에는 오늘 하루의 마지막 인사가 보라빛 여운으로 남아있다.

2시간 30분 나는 시간을 걸었고 시간은 나에게 영원을 선물했다. 

내일도 노을은 질 것이지만 오늘의 이 노을은 다시는 오지 않을 단 하나뿐인 노을

비 갠 후 맑은 공기 속에서 해운대가 내게 건넨 가장 아름다운 편지였다.